[대상 1] 여성이 족보에 언급되는 이유 (feat. 성경속 여성의 책임/역할/위상)

Q.역대상의 족보를 읽다가 대부분은 남성-아버지-아들 위주로 족보를 쓰는데 가끔씩 누구의 아내-어머니-누이 하며 여성의 이름들이 등장할 때가 있더라구요. 남성 위주의 이스라엘 사회에서 이 여성들이 족보에 들어간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A.처음에 이 질문을 봤을 때는, 참 난감한 질문이라고 생각했는데,,,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면서 흥미로운 내용들을 많이 배웠습니다. 좋은 질문 감사합니다.

 

우선, 이스라엘 사회는 우리가 알고 있는 고대 가부장적 사회의 모습과는 달리 여성의 역할이 매우 중요한 사회였다고 합니다. 전통 유대교에서 여성의 역할과 책임은 남성의 것과 다르지만, 남성보다 덜 중요하게 인식되고 있지 않다고 합니다. 보통 성경에서 하나님을 He, Him으로 표현해서 남성 중심의 사고방식이라고 하지만, 영이신 하나님을 신체적인 특징을 따라 남성/여성으로 구분한 것이 아니라, 히브리어 언어에서 중성 젠더가 없었기 때문에 남성의 단어를 사용한 것뿐이라고 하네요.

 

남성과 여성의 평등성을 보여주는 몇가지 예로, 네 부모를 공경하라는 계명이 출애굽기 20:12와 레위기 19:3에서 각각 언급되는데, 히브리어 원문을 보면, 출 20:12에는 남성이 먼저 언급되지만, 레 19:3에는 여성이 먼저 언급됩니다. 이러한 의도적인 차이가 부모로서 남녀가 똑같이 존중받아야 할 대상임을 보여준다고 해석한다고 합니다.

 

또한, 전통 유대교에서 여성의 역할은 아내/어머니/안주인이지만, 가정 전반에 미치는 여성의 역할을 매우 귀하게 여긴다고 합니다. 한 예로, 탈무드에서는 경건한 남성이 악한 여성과 결혼하면 그 남성은 악하게 되지만, 악한 남성이 경건한 여성이랑 결혼하면 경건해진다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부모의 한쪽은 유대인이고, 다른 한쪽이 이방인인 경우, 그 자식이 유대인인지를 결정하는 것은 어머니가 유대인인지의 여부인데, 이는 어머니의 영적인 영향력이 더 크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이외에도 전통 유대교에서는 여성의 역할과 책임이 남성과 구분되지만 마찬가지로 존중된다고 합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다음의 링크를 참고 바랍니다. http://www.jewfaq.org/women.htm )

 

자, 그렇다면, 역대기상 1-9장에서 이어지는 계보(genealogy)에서 여성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은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요?

 

저는 실제로 세어보지 못했지만, 해당 계보에는 총 886명의 남성의 이름이 언급되는데, 이중 25명의 여성의 이름이 기록되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름이 언급되지 않은 여성, 문법상 여성으로 설명되는-번역에서는 종종 누락되는- 대상까지 포함하면 53명의 여성이 언급된다고 합니다.)

 

계보상에 등장하는 여성의 일부는, 어머니/아내/딸 등으로 언급됩니다 (앞서 전통 유대교에서 이 역할은 결코 남성에 비해 열등하지 않음을 이야기했습니다). 그리고, 일부는 남성이 하던 역할을 하던 여성들도 등장합니다. 예를 들어, 역대상 2:16-17에는 집안의 가정으로서 역할을 담당하는 "스루야"와 "아비가일"이 언급되고, 역대상 7:24에 보면, 도시를 건립하는 "세에라"라는 여성이 등장합니다. 이스라엘 민족에게 도시를 세우는 것은 신적인 축복을 받았음을 내포하는 것으로, 여성이 남성과 동일하게 신적 축복의 일에 참여했음을 보여주는 장면이라고 합니다.

 

역대기서의 저자가, "내가 이런이런 이유로 여성을 포함시켰어"라고 말하고 있지 않기때문에, 이스라엘의 계보에 여성의 이름이 많이 언급되는 것은 해석의 영역일 것입니다. 그러나, 앞서 살펴본 내용들을 종합해 보면, 여성의 역할이 남성과 동일하게 중요함을 보여주기 위함이라고 해석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역대기상에 기록된 여성의 역할과 관련된 보다 자세한 논의는 아래의 글을 참고 바랍니다.

https://www.jstor.org/stable/pdf/42614472.pdf?seq=1#page_scan_tab_cont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