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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예배를 생각하다: #2 온라인 예배가 가져올 새로운 경험들에 대한 기대 (part I)Thoughts with 안목 2020. 3. 19. 23:43반응형
#1온라인 예배는 필요한가? 에 이어서…
#2.온라인 예배가 가져올 새로운 경험들에 대한 기대: 예배의 참여자로...
온라인 예배를 드려야 한다는 사실이 다가왔을 때, 저는 그다지 안타깝지 않았습니다.
많은 설교자들이 온라인 예배로 드리게 된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잠을 못이루고, 빈교회 건물에서 혼자 예배드리는 것을 슬픔과 애통한 일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심지어 눈물을 보이곤 합니다….
그런 분들에 비해 저는 너무 아무렇지 않아서 좀 부끄러웠습니다. (어찌보면 제가 무디고 차가운, 감정이 메마른 그런 사람이어서 그런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솔직히, 어떻게 온라인 예배를 드려?라는 질문이 무겁게 다가오기는 했지만, 한편으로는 이 때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기가 곧 기회다: 사실 한자로 위기는 위태로울 위 + 기회 기 라는 두 글자가 합쳐진 말입니다. 즉, 위기는 위태로운 때이지만, 위기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응하느냐에 따라 더 나아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닷!)
우선, 저는 기존과 동일한 방식의 예배를 송출하며 온라인 예배를 드린다는 전제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저처럼 소극적인 혹은 준비되지 못한 사람에게는 예배자가 아닌 소비자, 혹은 그냥 관중으로 만드는 일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게 된 배경에는 Life Church에서 제공하는 온라인 예배를 드려본 경험이 있기 때문입니다.
Life Church는 가상/온라인 공간을 가장 적극적으로 그리고 공격적으로 사용하며 미국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한 교회 중 하나입니다.
여기의 온라인 예배는 제게 참 신선했습니다.
만들어진 영상을 컨텐츠로 송출한다는 기본 방식은 같습니다....
그러나,
그 중간 중간에, 인도자로 보이는 사람이 나와서, (거실과 같은 공간에서 함께 모여 앉아 모니터를 바라보는 사람들을 배경으로) 저에게! 이야기합니다. "야, 너랑 같이 온라인 에배드려서 반가워. 우리도 여기서 이렇게 같이 예배드리고 있어!" 막 이렇게 화면을 보고 말합니다. 그리고 뒤의 배경을 보여주지요. 그 순간, 저는 더 이상 화면 뒤에 앉은 시청자가 아니라, 화면 속 인물의 이야기를 듣는, 아니 대화하는 사람/주체가 됩니다. 각 순서순서마다 이 사람이 계속 나와서 저를 encourage합니다.
사실 화면으로 한번 찬양을 보고 나면, 아 콘서트 영상봤다라는 생각이 들 법도 하거든요. 그런 생각이 들때쯤, 이 사람이 또 나와서 계속 저에게! 말을 합니다. 그 사람과 대화하면서, 저는 더 이상 예배의 관중이 아니라, 함께 예배드리는 경험을 받았습니다.
또 하나 라이프처치의 온라인 예배의 특징은, 보이는 모니터 화면 옆에 댓글 창이 열린다는 점입니다. (유투브/아프리카 다 댓글창이 있지요. ㅎㅎ) 댓글창에는 예배의 실시간 호스트(host)가 자신을 소개하며, 댓글에 참여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끊임없이 말을 걸고 격려를 합니다. 그래서 사람들은 나도 모르게 댓글을 작성하게 됩니다. (넌 이미 쓰고 있다!) 예배라는 컨텐츠를 수동적으로 받는 것이 아니라, 자기도 온라인이라는 공간에서 말을 하면서, 자신의 생각과 감사, 고백을 나누면서, 예배의 참여자가 되는 것이지요.
영어라는 압박을 제외하면, (미국에서 산지 10년이 되어가는데!! ㅠㅠ)
"무언가를 했다"는 여운이 강하게 남는 경험이었습니다… (<- 이 "무언가"는 중요합니다. 이것이 예배인지 아닌지에 대해서는 다음 글에서...)
그래서, 온라인 예배는 각자의 자리에서 예배를 드리는 사람들이 예배의 소비자/관중이 아니라, "예배"에 참여할 수 있도록 무언가 액션!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러한 변화/도전?은 익숙한 예배의 모습에 대해서도 다시 돌아보게 합니다. 많은 교회들이 드리는 예배에서 예배자들은 소극적인 혹은 수동적인 참여자로 머물 때가 많습니다. 하나님께 예배를 드린다고 하지만, 함께 찬양하는 부분과, 중간 중간에 아멘이라고 말하는 부분, 그리고 일어섰다가 앉는 반복을 제외하면, 예배에 직접 참여할 수 있는 부분이 거의 없습니다.
개인적으로 어렸을 때, 부모님과 함께 예배를 드리는 것은 인고?의 시간이었습니다.
물론 저는 독실한 모태신앙이었으니까, 예배를 거부하지는 않았습니다. 최대한 경건하고, 옷도 단정하게 입고 가만히 앉아 있으려고 했습니다. (사람의 기억은 기억하고 싶은 것만 기억할 때가 있지요… ㅎㅎ)
그러나, 예배를 마치고 난 뒤에 아 내가 하나님께 예배드렸어라는 감격은 없고, 잘 마쳤다. 밥먹어야지. 친구들이랑 놀아야지, 집에 가야지.. 그랬던 것 같습니다.. (기억은 잘 나지 않습니다. 일단 매주 교회는 갔습니다. 이건 확실합니다)
지금은 예배를 기획/인도하고 맡은 부서에서 설교도 하는 설교자이다 보니 예배에서 소비자/객체가 될 일은 적습니다. 오히려 신나고 재미있습니다. 솔직히 주일에서 가장 행복하고 신나는 시간은 아이들과 같이 찬양하고 말씀을 전하며 이야기를 나눌 때입니다. (이건 진심입니다.)
그러나, 예배의 소비자가 되었을 때, 제가 이전에 가지고 있던 그런 모습들이 슬금슬금 올라올 때가 있습니다. 부끄럽지만 졸릴 때도 있습니다. (세상에 목사가 예배에서 졸다니… 이런 소리 들을까봐 눈을 부릅뜨고 버티지만 말입니다..)
만약, 온라인 예배를 통해 주체적으로 예배에 참여하는 말그대로 예배자가 되는 경험을 한다면, 이 전염병 시기가 지나면, 함께 모여 드리는 우리의 예배가 더욱 더 풍성해지는 새로운 기회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 점에서 위기가 기회가 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온라인 예배가 가져올 새로운 경험들에 대한 기대 두번째 이야기: 예배하는 가족"에 대해서 써보려고 합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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