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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비비어의 "은혜" 정말 좋은 책인가?Review with 안목/Religions 2015. 4. 25. 23:32반응형
존 비비어에 대한 이름을 들어 본 적은 있는데, 누군지는 잘 모르겠고,
그래도 출판사가 "두란노"여서...
게다가 멋진 글씨로 쓰여진 책 제목 "은혜"가... 왠지 과거에 읽었던 필립얀시의 "놀라운 하나님의 은혜"와 같은 감동을 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서 점점 이 책이 정말 기독교인들에게 좋은 책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지막 페이지를 덮은 뒤, 가장 먼저 한 일은 이 책에 대한 다른 서평들을 찾아 보는 것이었습니다.
한 두개의 글을 제외하고는 많은 이들이 이 책에 대한 찬사를 아끼지 않고 있다는 것에 놀랐습니다.
그래서, 책의 원본, 영문책에 대한 평가도 찾아보았습니다.
책의 저자가 살고 있는 미국에서도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책이라는 사실을 확인하고 나니, 내가 문제인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부터 이 책에 대한 (제가 느낀 주관적인) 문제점들을 지적해보려고 합니다.
결론을 미리 말하자면,
저자는 기독교적 관점에서 틀린 말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특정 부분만을 지나치게 강조하여 "왜곡"을 조장할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알 수 없는 부분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말하기 때문에 오해의 소지를 불러 일으킬 수 있는 부분이 여럿 있습니다.
1. 삶의 목적
먼저, 저자는 인간의 가장 큰 목적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이라고 말합니다.
맞는 말입니다.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것보다 중요한 일은, 청지기로서 부름받은 이에게는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하나님과 인간의 관계를 단순히 창조주를 기쁘시게 하기 위한 피조물의 관계로 단정짓는 것은
관계 속에서 사랑과 은혜로 다가오는 창조주와 피조물의 관계를 왜곡시킬 수 있는 위험이 있습니다.
관계라는 측면을 강조하기 보다는,
창조주를 기쁘게 하기 위한 삶의 목적이 강조될 때,
인간의 삶은 결국 목적 중심의 삶으로 호도될 수도 있고,
기쁘시게 하기 위하여 무언가를 "성취"해야 한다는 압박과 동기로 다가올 수 있습니다.
2. 은혜와 비범함
저자가 책의 전반을 통해 "은혜"를 강조하고 있기는 하지만,
책의 원 제목처럼 저자가 강조하는 은혜는,
기독교인으로서의 비범함(extraordinary)를 드러내기 위한 수단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으며,
이렇게 생각하면, 왜 책의 제목이 은혜가 아니라 비범함이었는지와 책의 전제가 되는 "삶의 목적"과 연결이 됩니다.
개인적으로는 두란노출판사에서 왜 책의 제목을 은혜로 바꾸었는지 이해가 안갑니다.
아니, 비범함이라는 책 제목보다는 당연히 은혜라는 제목이 한국인들에게 더 호감을 주는 제목이 된다는 것은 알지만,
결국 책을 통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진짜 의도를 변질시키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제가 느꼈던 생각들은
하나님의 은혜는 놀랍고 참 감사하다라는 점입니다. (이 점은 긍정적입니다.)
그러나, 저자가 표현하고자 했던 "은혜"의 목적에 대해서는 의문이 갑니다.
책 2장에서 비범함을 강조하며 시작했기 때문에,
결국 인간에게 이미 주어진 하나님의 은혜로 말미암아 사람들은 비범한 삶을 살 수 있다는 내용으로 연결되기 때문입니다.
은혜의 목적이 하나님의 놀라운 사랑 그 자체가 아니라
인간으로 하여금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기 위하여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한 능력으로 강조될 때,
그 신앙은 기복신앙(prosperity gospel)이나 지나친 성과지향적인 현대의 모습으로 변질될 수 있지 않을까요?
책에 대한 여러 리뷰를 보면,
저자가 자비와 은혜를 비교하며, 은혜에 대해 더 깊은 성찰을 주었다는 식의 이야기가 많습니다.
틀리지 않습니다.
그러나, 저자의 출발점과 책의 원제목을 돌이켜볼때, 마냥 좋아할 수만은 없는 부분입니다.
게다가, 저자는 책의 대부분을 "은혜"를 설명하는 데에 할애하지만,
정작 저자가 처음에 이야기한 "비범함"을 얻기 위하여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이미 저자 나름의 답을 했는지도 모릅니다.
은혜로 인해 이미 비범함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그 비범함으로 어떻게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느냐...에 대해서도 별다른 설명이 없습니다.
그러나, 독자의 대부분이 그 비범함이라는 것이 소위 말하는 "성공"적인 삶의 이미지를 떠올리게 하는 부분들이 있고,
아무리 좋은 용어로 포장했다 하더라도 결국 은혜를 통한 성공으로 이어지는 이미지를 가져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3. 기적을 가져오는 신앙
저자는 은혜로 말미암아 능력을 가진 삶이 어떻게 다른지 보여주기 위하여 개인의 일화를 가져옵니다.
그중 인상깊던 것이 바로 산불의 방향을 바꾸는 기도입니다.
산불이 심하게 나서, 자진대피령이 내려졌는데,
저자는 대피를 준비하고 있는 직원들을 모아 상황을 분석하고 기도와 선포를 제안합니다.
놀랍게도 저자의 행동의 결과?는 산불이 방향이 바뀌어 피해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러한 일은 실제로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이 저자의 믿음으로 인한 것인지 아니면 우연의 일치인지 우리는 알지 못합니다.
알지 못하는 것을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단언하는 것이 "믿음"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믿음과 믿음의 결과를 강조하는 것은,
그리고 자신의 경험을 마치 100% 분명한 인과관계로서 제시하는 것은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며,
특히나 많은 이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자리에서는 더더욱 조심해야 하는 일입니다.
4. 혼, 영, 육
책의 전반에서 은혜를 설명하던 저자는 혼, 영, 육의 관계를 분석하며 설명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왜 이 책의 마지막 부분에서 저자가 이러한 내용을 (인간으로서는 단언할 수 없는 내용을) 강조하며 자신의 주장을 강화하는 것에 대해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저자인 존 비비어에 대해서 찾아보았습니다.
일부는 훌륭한 기독교 베스트셀러 작가 및 사역자로 칭송하기도 하고,
일부는 신사도운동을 주도하는 배도?의 무리라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저는 누구의 말이 맞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제가 읽은 존 비비어의 "은혜"는 기독교인으로서 무비판적으로 수용할만한 책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다시 한번 강조하지만, 저자가 틀린 말을 하지는 않습니다.
저자의 생각을 좀 더 알기 위해서
저자를 베스트 셀러의 반열에 올린 책 the Bait of Satan이라는 책을 읽어보고 더 생각해 보려고 합니다.
재미난 것은 이 책 역시 원제목이 아닌 "관계"로 바꿔서 번역했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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