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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목사의 딸 을 읽고: 한국교회의 목회자들을 향한 외침
    Review with 안목/Religions 2015. 4. 2.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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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사의 딸

    저자
    박혜란 지음
    출판사
    아가페북스 | 2014-12-05 출간
    카테고리
    종교
    책소개
    故 박윤선 목사의 딸이 말하는 아버지의 신앙관과 가슴 아픈 가족...
    가격비교 글쓴이 평점  


    나는 박윤선 목사에 대해 잘 알지 못합니다.


    모태신앙으로 성장했고, 기독교와 종교에 대해서 공부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한국신학계의 거두 중의 한명이라 할 수 있는 박윤선 목사를 몰랐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교회에 대한 자신의 무지를 드러내는 부분입니다.


    그런데, 제가 잘 몰랐던 박윤선 목사에 대해서 듣게 된 것은, 그가 남긴 신학적 업적때문이 아니라,

    그의 딸이 쓴 "목사의 딸"이라는 책에 대한 심각한 비난의 글을 통해서였습니다. 


    박윤선 목사나 "목사의 딸"이라는 책을 몰랐던 저에게는

    현재 특정교단의 신학교에서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고, 주요 보직을 차지했던 교수와 목사들이 해당 책이 한국교회를 분열시키고, 박윤선 목사에 대해 왜곡하고 있으며, 저자 스스로 목사임에도 불구하고 "용서"를 모른다고 비난하는 그들의 날서린 비난들이 이 책과 박윤선 목사에 대해 관심을 갖게 만들었습니다. 


    비난의 글과 더불어, 저자의 인터뷰 글도 읽고 나니, 이 책이 정말 읽고 싶어졌습니다.


    도대체 무슨 내용일까.....


    책을 읽으면서 들었던 첫 느낌은 "아픔과 분노"였습니다.


    이제는 돌아가신 아버지를 향한 딸의 지난날의 고통과, 때로는 글 속에서 드러나는 원망과 탄식이 글을 읽는 저의 마음을 아프게도,, 또 한편으로는 이렇게까지 고통을 표현해냈어야만 할까 하는 안타까움도 섞였습니다.


    하지만, 점점 글을 읽어갈수록, 

    이 책의 내용이 단순히 지나간 과거에 대한 비난을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라,

    한국교계의 거두로 평가받는 박윤선 목사를 힐난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목사로서의 삶과,

    저자가 지적하듯 유교적 칼빈주의나 기복신앙적인 모습, 영과 육을 이원화하는 신앙관이 만연한 한국교회의 지도자들을 향한 고통섞인 토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원망과 비난섞인 어조라고 생각했지만, 글을 읽으면서 단순히 원망만이 아니라 과거의 상처를 넘어 용서를, 그리고 이제는 때를 놓치기는 했지만 그럼에도 화해와 평화를 향한 저자의 몸부림이라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책을 읽고 나니, 

    왜 이 책에 대해서 일부 교단의 목사와 교수들이 이 책을 맹비난하는지 알것 같았습니다.

    이 책의 내용을 인정하는 것이 곧 자신들의 신학 스승이자 롤모델이기도 한 인물, 박윤선 목사에 대한 심각한 폄훼라고 생각하는 것에 대해 동의는 할 수 없지만 조금은 이해가 갔습니다.


    하지만, 

    그런 그들에게 진정으로 묻고 싶어집니다.


    단순히 박윤선 목사가 살았던 시대가 가부장적이고 여전히 유교의 잔재가 짙게 남아 있었던 시절이기에 그 시절의 맥락으로 이해해야한다고만 말할 수 있을까요?

    역사를 당시의 상황에 대한 이해 없이 현재의 시각으로만 해석하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습니다.

    그러나, 저자가 의도한 것처럼 박윤선 목사의 삶이 그 당시에서만 존재했던 것으로 단정지을 수 있을까요?

    비록 시대는 많이 지났지만, 여전히 한국 교회에 뿌리내려있는 유교적 사상들, 특히나 하나님과 목회자를 향한 성도의 시각들에서 여전히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권위주의적이고 맹목적인 시선들이 여전히 유효하다는 것을 고려하면, 단순히 "그 때는 그랬다"라고만 가볍게 이야기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저자가 제기한 의미있는 질뭉 중의 하나는 "목사가 성직인가"라는 질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목사는 "하나님의 종"이기에 세상의 일이나 가족의 일에 대해 무관심해도 상관이 없고,

    목사는 "거룩한 성역"이기에 감히 왈가불가할 수 없다는 생각...

    지금 2015년 한국교회에서 여전히 암묵적으로 수용되고 널리 퍼져있는 부분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목사라는 직업을 "거룩한 성역"이라고 보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로서의 삶을 산다는 것은 일반 직업과는 다른 면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하여 목사만 성직이고 다른 일들은 세속적인 것으로 치부한다면, 

    이 땅에서 청지기로서 부름받은 모든 사람들에 대한 모독일 수도 있습니다.

    목사만 거룩한 성직이고, 다른 직업은 세속적이라고 구분하는 것은 성과 속에 대한 잘못된 구분이라고 봅니다.

    하나님 앞에서는 누구나 거룩한 소명을 갖고 자신에게 주어진 능력과 환경 속에서 살아가는 것이 당연한 것이지,

    누구는 특별히 더 거룩한 직업이고 누구는 그렇지 못하다라고 선을 긋는 것은 

    소명과 만인제사장으로서의 삶에 대한 잘못된 이해라고 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박윤선 목사와 그를 섬겼던 당시의 많은 사람들, 그리고 지금의 많은 기독교인들마저 그런 생각의 틀에서 자유롭지 못한 현실입니다. 


    여전히 아버지를 용서하지 못한 딸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명하는 사람들의 마음 속에는

    정말 안타까움도 있을 수 있지만,

    거룩한 성인이자 한국 교회의 지도자로 추앙받아야할 박윤선 목사에 대한 비난을 하는 자에 대한 "정죄"라는 생각마저 듭니다.


    한국교회는 과거에도 그리고 지금도 자신의 뜻과 다른 부분에 대해서 고통을 감내하며 귀기울이기 보다는

    하나님에 대한 도전이며, 교회의 분열을 일으키는 것이라고 "정죄"를 하기에 급급했던 모습이 많습니다. 


    이 책을 향한 비난은,

    적어도 제 눈에는 자신 혹은 자신의 스승을 향한 알려지지 못했던 측면에 대한 비난을 감내하고 그를 통해 자신을 성찰하기 보다는, 

    결과적으로 그 비난을 받아들일 수 없는, 아니 결코 용인할 수 없다는 분노의 결과가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책은 잘 읽히지만, 

    책의 내용은 마음을 불편하고 하고, 아프게 합니다.

    한 사람, 아니 한 가정의 삶이 왜곡된 신앙과 사상으로 통해 어떻게 고통받아왔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결국은 남의 이야기가 아니라 자신이 받은 혹은 자신이 만들고 있는 이야기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이 더 두렵고 부끄럽게 만들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 속에서 용서와 화해를 찾았던 모습에, 그리고 오랜 시간이 흐른 뒤, 그 고통의 이야기를 책을 통해 이야기하며 이제는 왜곡된 과거로부터의 사슬을 끊고 변화를 바라는 저자의 생각에 나 역시 그런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겠다는 다짐을 이끌기도 합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책을 읽고, 변화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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