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세기 3장 1절 "그런데"의 해석과 관련하여

Q.창세기 3장 1절의 첫 시작은 개역개정에서만  "그런데"이고 다른 성경들은 now 이거나 해당 표현이 없는데, 어떠한 의미가 있나요?

 

A.히브리어 문법에서 접속사로 주로 사용되는 단어는 we(붸)라는 단어인데, 이 단어는 거의 모든 의미로 사용이 됩니다: "그리고, 그러나, 그때에, 지금, 혹은, 그래서," 등으로 다 번역이 가능합니다.

출처: Logos Bible Software

그렇기 때문에 이 접속사를 어떻게 번역할지는 문맥과 (번역자의) 신학적/해석적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우선 창세기 3장 1절은 2장 25절에 다음에 이어지는 부분이긴 하지만, 창세기 2장의 내용은 창세기 1장에서 서술된 사람의 창조에 대한 부연설명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창세기 3장 1절은 창세기 1장 31절, 곧 하나님께서 모든 것을 창조하시고 "보시기에 심히 좋았더라"고 말씀하신 맥락 뒤에 일어난 일로 볼 수가 있습니다.

 

모든 선한 것들이 창조되었다. "그런데" 뱀은 가장 간교했다.

여기서 "간교"로 번역된 히브리어는 aruwm(아룸)이라는 단어입니다. 이 단어는 경우에 따라 간사한, 교활한, 속이는 등을 뜻하는 crafty로 번역되기도 하지만, 잠언에서는 슬기로운, 지혜로운 등을 뜻하는 prudent로 번역되기도 합니다. 즉, 매우 지혜롭지만 경우에 따라 선할 수도 악할 수도 있는 그런 의미를 복합적으로 갖고 있지요.

문맥상, (하나님의 말씀을 꼬아서 이브를 유혹하는) 뱀은 "간교한" "속이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모든 만물들은 다 선했는데, 뱀은 지혜로웠지만 간교한 지혜로움을 가지고 있었다고 볼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성경은 뱀이 곧 마귀/사탄이라고 설명합니다: "용을 잡으니 곧 옛 뱀이요 마귀요 사탄이라" (계 20:2a) (하나님의 선하신 창조와 인간의 타락 그 사이의 어느 시점에 사탄의 타락이 일어났으며, 그래서 지혜롭고 선한 피조물이 이제 crafty한 존재가 되었다고 짐작해 볼 수가 있습니다.)

 

이상의 점들을 고려하면, 개역개정에서처럼 히브리어 접속사를 "그런데"로 번역하는 것이 문맥을 이해하는데 더 도움이 된다고 봅니다. 다만, 다른 번역들(now를 사용하거나 아무런 접속사를 사용하지 않는 번역)의 경우에도, 내용을 이해하는데 문제가 되지는 않는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