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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혜"라는 단어를 너무 쉽게 사용하고 있지는 않은지요?
    Thoughts with 안목/Reflection 2019. 12. 6.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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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교 신입생 A군은 고등학교 3년내내 주일예배를 빠뜨리지 않았다. 기대했던 성적을 늘 얻지는 못했지만, 그렇다 할지라도 그는 주일예배는 반드시 "성수"했다. 그리고 마침내 자신이 원하던 대학의 학과에 수석으로 입학했다. 그는 사람들 앞에서 "은혜"라고 말했다.

     

    가정주부 B씨는 대출을 받아 어렵게 아파트를 장만했었다. 빚을 갚기 위해 생활비를 아껴야 했지만, 십일조를 비롯해 헌금생활을 단 한번도 빼놓지 않았다. 몇년이 지난 후, 그녀는 이사를 가게 되어 아파트를 팔았는데, 아파트의 가격이 그새 많이 올라서 빚을 갚고도 남을 큰 여윳돈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녀는 사람들 앞에서 "은혜"라고 말했다.

     

    직장인 C씨는 회사에서 신우회를 만들고, 매일 아침마다 사람들과 함께 QT를 나누며 직장생활을 했다. 그러다가 우연찮게 한 동료직원의 조언에 따라 비트코인을 샀다. 몇달이 되지 않아서 비트코인의 가격이 급등했고, 큰 수익을 얻었다. 그는 QT모임에서 "은혜"라며 감사를 나눴다.

     

     

    위의 이야기들은 그냥 제가 상상한 이야기입니다…
    말 그대로 상상에 불과하지만, 불편함을 드렸다면 미리 사과를 드립니다.

     

    교회에서 너무 쉽게 "은혜"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마음에 한번 상상을 해 보았습니다. 아마 더 빈번히 사용되는 교회적인 표현이 있다면 "설교에서 은혜받았습니다"라는 표현일 것 같기도 합니다. 도대체 은혜를 받았다는 것은 어떠한 의미가 있을까요?

     

    구약성경에서 은혜로 주로 번역되는 히브리어는 "헤세드"입니다. 사랑, 자비, 연민을 뜻하는 이 단어는 하나님의 성품을 표현하는데 사용되기도 합니다. 신약성경에서 "은혜"로 번역되는 그리스어 "카리스"도 헤세드와 비슷한 의미를 지닙니다. 하나님이 자비와 사랑으로 값없이 주시는 선물이기에 경우에 따라 Divine Favor, Good will 등의 의미를 내포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성경적 관점에서 "은혜"는 하나님의 사랑을 빼놓고서는 설명할 수 없는 단어입니다.

     

    물론, 구약성경에서 "은혜"로 번역되는 내용들 살펴보면, 하나님께서 인간에게 주시는 축복, 혹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주어지는 선물/호의까지도 "은혜"로 번역이 되곤 합니다. 그런 점에서,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은혜"를 받았다는 표현 자체는 그렇게 틀린 표현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신약성경에서는 주로 구원과 관련된 맥락 속에서 하나님께서 주시는 선물의 의미로 해당 단어가 사용됩니다.

     

    "은혜"라는 단어에 세상적인 축복이 담겨있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은혜"라는 단어를 세상적인 축복과 동일시하면, 정작 우리가 받은, 죄인인 우리가 예수 그리스도의 피로 인해 받은 구원의 은혜, 하나님의 은혜 에서의 "은혜"의 의미가 폄하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불편함이 있습니다. 더욱이 은혜를 세상적인 축복/선물로 생각한다면, 세상에서 이른바 축복을 누리지 못하고 사는 사람들은 하나님의 사랑을 받지 못하고 살아가는 것인지요?

     

    은혜에는 양날 검이 있다

     

    우연히 읽게 된 한 글의 제목입니다.

    글의 내용이 잘못되지는 않았습니다. 공동선을 위하여 하나님께서 주신 선물을 잘 사용하자는 선한 취지의 글입니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가 무의식적으로 복과 "은혜"를 혼동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세상적인 복도 하나님의 은혜라고 말할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성경적인 의미에서 "은혜"라는 단어를 조금더 그 의미를 제한적으로 사용하지 않는다면, 정작 "하나님의 은혜" 자체도 나도 모르게 폄하하게 되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우리는 모두 하나님의 은혜를 입었습니다.

     

    특히나 예수 그리스도의 오심을 기억하고 다시오심을 기다리는 대강절은 하나님의 은혜를 더욱 깊이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시간입니다. 우리에게 주신 하나님의 은혜을 마음과 삶에 되새기며, "은혜"의 대강절을 보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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