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책의 부제는 "한국의 교회개척에 대한 심층연구보고서"이다.
교회성장연구소에서 편집을 하고, 책임자 사진으로 홍영기 목사가 나오길래, 홍영기 목사가 주관하여 시행한 연구결과 보고서만 있는 줄 알았더니, 뒤에는 노치준 목사 등 여러 사람들의 교회개척에 대한 다양한 그러나 일방향적인 내용의 글들이 실려 있었다.
내용은 참고할만하다!
교회성장연구소 1998년 이후에 개척된 전국의 1,771개 교회 목회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이중 250장의 설문내용을 바탕으로 한국의 개척교회의 현황에 대한 실태와 분석, 그리고 개척교회을 위한 제언을 담고 있다.
누구나 짐작할 만한 내용이지만, "소설"에 머무를 수 밖에 없는 한국 개척교회의 현실에 대해서 설명할 수 있는 자료, 근거가 된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크다고 본다.
특히나 한국 개신교에 대한 구체적인 통계자료가 충분하지 않은 상황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통계자료가 될 수 있으리라 기대도 된다. 물론 그 표본이 너무 적긴 하지만....
책의 한계: 잘못된 전제
그러나, 이 책은 근본적인 한계를 지니고 있다.
그것은 홍영기 목사가 이야기하는 연구의 시발점, 즉 전제에 있다.
"
지금의 정체된 한국교회를 살리는 길은 무엇일까?... 그 중에 가장 효과적인 방안 중의 하나는 교회개척을 통한 성장이다. 즉 개척된 교회가 불신자들에게 다가가 잃어버린 영혼을 구원하여 하나님의 나라가 확장되는 것이다"(21p)
한국 개신교의 성장정체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90년대에서부터 지적되어 나오기 시작한다.
많은 학자들이 성장이 왜 정체되고 있냐에 대한 문제분석과 대안을 제시해오고 있으나, 현실로까지 이어지지 못하고 있는 실정에서 저자가 생각한 대안 "교회개척을 통한 성장침체의 극복"은 비단 저자의 생각뿐 아니라 개신교내 각 교단 지도층들의 생각과 일치한다. (저자는 각 교단에서 "숫자"늘리기를 위해 어떠한 정책을 제시하고 있는지 간략히 보여준다)
개척교회가 늘어나면 한국 개신교의 성장 문제가 해결될 것인가??
양적인 면에서는 해결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한국 개신교 침체의 근본적인 진단, 질적 혹은 내적인 문제를 다루지 않고서야 진정한 회복 혹은 치유를 기대할 수는 없다고 본다.
특히나 저자 자신이 통계자료를 통해 개척교회의 열악한 상황과 무분별한 교회 개척이 가져온 과잉화 현상에 대해서 어느정도 인식하고 있었을텐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교회개척이 답이라고 전제하는 것은 안타깝다고 밖에 설명할 수 없는 것 같다.
고인 물은 썩는다.
이 말은 성장의 지체에 대한 가장 명확한 반론이 아닐까 싶다.
고이지 않고 흘러가야 한다. 새로운 물이 계속적으로 공급되어 뻗어나가야 한다.
충분히 공감한다.
그.러.나.
기존 교회가, 기존 교인이 "고인 물"이라고 단순히 도식화할 수 있을 것인가?
그리고 "흘러간다"는 것이 단순히 새로운 물의 공급만으로 해결되는 것일까?
이 격언의 핵심은 기존의 물이 새로운 곳을 향해 나가면서 자신의 안좋은 부분들을 버리고, 새로운 것들과 맞닥드리며 깨끗해져가는 것이 더 중요한 포인트가 아닐까?
교회와 교인의 수를 늘리기에 앞서, 기존의 교회가, 기존의 기독교인 한사람 한사람이 "새로운 흐르는 물"로서 세상과 마주하며, 세상 속의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고 있는지 먼저 점검해 봐야하지 않을까?
21세기 한국 개신교가 직면한 개신교 침체의 문제 해결이 과연 전자에 있을지 후자에 있을지 혹은 양자에 있을지 나는 단언할 수 없지만, 적어도 후자가 전자보다 강력하며, "세상의 빛과 소금"인 기독교인의 사명과도 더 잘 맞는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