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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트론>에서 찾아보는 종교 이야기
    Review with 안목/Movie 2011. 3. 12. 0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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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고편을 보았을 때는, 무언가 재미있는 SF영화일 거라고 기대했던 트론...
    그러나, 막상 개봉 이후에 그다지 좋은 평들이 달리지 못하더군요...
    영화평론가 및 신문기자, 그리고 네티즌들이 주로 관심있게 보던 영화 <트론>의 코드는
    1982년 트론과의 피상적인 비교 혹은 화려한 CG로 무장한 SF 장면들입니다...
    개인적으로는 후자를 기대하며 보았던 영화였지만,
    사실 후자는 그렇게 큰 인상을 남기지 못했습니다.

    그러나, 영화 <트론>의 재미는 오히려 영화 속에 담긴 유대-기독교 전통의 모티브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제작자의 의도같지는 않지만, 영화 트론에는 의외로 많은 유대-기독교 전통의 코드들이 영화 속에 담겨있어서 나름 재미있더군요. 제가 생각한 몇가지 코드들입니다. (스포일러이기 때문에 영화를 보신 분만 보세요.^^)

    1. 클루(Clue)는 누구일까요?

     가상현실의 세계인 그리드를 창조한 케빈 플랜의 복제자인  클루는 케빈이 자신보다 ISO를 중요하게 여기는 케빈에 대해 반란을 일으키고, ISO들을 멸망시키려고 합니다. 케빈의 영향력 아래 발전해가던 그리드는 클루의 지배 하에 폭력과 강압이 존재하는 세계로 변하게 되죠....  그리고, 창조주이자 유저(user)들이 존재하는 현실세상으로 나아가 이를 정복하려고 합니다...

     유대-기독교 전통에서 이 모티브는 매우 낯익은 것입니다.

     창조주가 인간을 만들기 전에 만든 천사 중 하나인 루시퍼(lucifer)는 교만 혹은 반역으로 인해 천상의 세계에서 쫓겨나 악의 존재로 인간을 유혹하게 됩니다. 이슬람 전통에 의하면, 루시퍼 혹은 사탄의 타락의 원인은 창조주가 자신보다 인간을 더 사랑하는 것에 질투를 느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결국 루시퍼의 유혹으로 인해 인간은 에덴동산에서 추방, 즉 창조주로부터 분리되게 됩니다. 이후 루시퍼는 끊임없이 인간을 유혹하고 파멸시키는 존재가 되지요. 영화 속 iso들이 클루와 그의 부하들에 의해 파멸되는 것처럼 말이지요...

    2. 트론의 메세지는 희생?

     마지막 남은 iso이자 케빈, 샘의 동료인 쿼라(Quorra)는 샘에게 책들을 소개하는 장면에서 케빈이 자신에게 이타심에 대해 가르치고 있지만, 자신은 과학소설의 아버지라고 할 수 있는 쥘 베른을 제일 좋아한다고 합니다. 공상과학 영화이기에 쥘 베른에 대한 호감은 당연한 것이겠죠. 그러나, 영화 속에서 보여지는 핵심 메세지들은 공상과학이 아니라 이타심 혹은 희생입니다.
    영화 속에서는 <removing oneslef from the equation>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고는 있지만, 케빈과 샘을 린즐러로부터 지키기 위해서 쿼라가 하는 행동이나, 마지막 포털 앞에서 아버지 케빈이 샘을 위해 하는 행동은 모두 자기 자신을 희생하여 다른 이를 구하고자 하는 <희생>입니다.

    기독교 전통에서 가장 큰 메세지는 바로 <희생>을 담은 사랑이지요. 신이 자기 자신 혹은 자신의 아들을 죽임으로써 인류를 구원한다는 <희생>.... 결국 아버지 케빈의 희생에 의하여 아들 샘과 쿼라는 무사히 현실 세계로 돌아올 수 있게 되기 때문에 <트론>의 핵심 메세지에는 희생이 담겨 있습니다.

    3. 아버지와 아들

     영화 초반에 감독은 케빈과 샘의 관계를 보여줍니다. 잠을 자기 전 아버지의 다정한 이야기들을 똘망똘망한 눈동자로 듣던 샘... 그러나, 아버지가 사라진 이후, 그는 막나가는 인생이 됩니다. 자신의 아버지가 세운 회사에서 야심차게 준비한 OS를 해킹하여 무료로 인터넷에 배포해버리지요. 비록 미국 최고의 명문대학 중 하나인 칼텍을 나오기는 했지만, 샘은 한 사람의 성인으로서의 책임감이 부족한 인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리드 속에서 아버지를 만나고 돌아온 샘은 아버지의 동료인 앨런에게 자신이 이제 회사의 경영을 담당하며 새롭게 회사를 잘 경영하겠다고 이야기합니다. 망나니 샘에서 성숙한 성인으로서의 샘으로 변화를 하게 됩니다.
    그 결정적인 과정에는 바로 <아버지>와의 만남이 있었습니다.

    유대-기독교 전통에서 인간이 창조주와 함께 있을 때는 모든 것이 완벽했었지만, 아버지로부터 분리된 이후, 인간은 고통(노동과 출산)을 갖게 됩니다. 단절된 아버지와의 관계로 인해 인간은 괴로움에 처해 있다고 설명하죠. 그러한 모든 고통에서의 해결은 창조주와의 만남입니다. 창조주와의 잃어버린 관계의 회복이 바로 인생이 변화되는 때라고 이야기하는 모티브는 영화 속에서도 그대로 재현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모티브 혹은 코드들을 생각하고 본다면,
    영화 트론은 단순히 식상한 SF영화라고는 할 수 없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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