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인자"와 에스겔의 "인자"는 같을까요? 다를까요?

어린 시절, 복음서를 읽다가 예수님이 자신을 "인자"로 표현하실 때, 예수님이 인자(仁慈)하시기 때문에, 자비로우신, 사랑이 많으신 분이기 때문에 "인자"로 표현한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다가, 어느 때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영어 성경에 the Son of Man라고 쓰여져 있음을 알고, 깜짝 놀랐습니다. 아, 예수님이 말씀하신 "인자"가 인자(仁慈)가 아니라 인자(人子)였구나… 신God임에도 불구하고 사람의 몸으로 오셨기에, 성육신(incarnation)을 강조하기 위해서 the Son of Man이라는 표현을 사용했구나라고 생각을 했습니다…

 

더 시간이 지난 후에, 누군가에게 설명하기 위해 검색을 했을때, 예수님이 본인을 인자로 표현하신 이유는 다니엘서 7장에 등장하는 종말론적(apocalytic) 인물, 곧 메시야이심을 드러내기 위함이라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단 7:13) 내가 또 밤 환상 중에 보니 인자 같은 이가 하늘 구름을 타고 와서 옛적부터 항상 계신 이에게 나아가 그 앞으로 인도되매

(단 7:14) 그에게 권세와 영광과 나라를 주고 모든 백성과 나라들과 다른 언어를 말하는 모든 자들이 그를 섬기게 하였으니 그의 권세는 소멸되지 아니하는 영원한 권세요 그의 나라는 멸망하지 아니할 것이니라

 

종말론적 인물 apocalytic figure가 무슨 말인지 당시에는 잘 이해는 안갔지만, 하여튼 메시야를 가리키는구나 라고 생각하고 넘어 갔습니다. (여전히, 사람의 아들, 성육신하신 예수님이라는 표현이 더 맞는것 아니야?라는 고집을 가지고서요…^^)

 

그러다가, 구약성경, 특히 에스겔서를 읽으면서 자주 "인자"라는 표현이 나오면서 혼동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에스겔서에는 "인자"라는 표현이 정말 많이 나오거든요(저는 직접 세보지는 않았지만, 93번이라고 합니다.) 그렇다면, 에스겔도 예수님의 예표인건가?? 막 이런 생각이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영어 성경을 보면, 신약에서 예수님이 본인을 인자라고 할 때는 THE Son of Man(THE는 제가 한 강조)이라고 하고, 에스겔을 비롯한 구약의 성경에서 인자는 정관사the없이 son of man으로만 표현을 하더군요. 게다가, 원어를 충실히 번역했다는 NRSV에는 아예 "a mortal"로 번역을 하기도 합니다. 즉, 에스겔서에서 말하는 "인자"는 다니엘의 예언이나, 예수님이 본인을 가리키며 사용한 "인자"와는 다른 표현이라는 것이지요.

 

학자들은, 구약에서 주로 사용되는 "인자" (בֶן־אָדָם, ben adam)는 "한 명의 인간" 혹은 하나님의 아들과 대비되는 사람을 가리키는 표현이라고 설명합니다. 에스겔에서 사용되는 "인자"는 하나님과 대비되는 인간, 특히 인간인 에스겔을 가리키는 표현이라고 설명을 합니다.

 

반면, 예수님의 경우에는 다니엘이 본 환상(단 7:13-14)에서 종말의 때, 곧 세상의 마지막 날에 하나님께 받은 권위와 능력으로 세상을 심판하고 통치할 인물, 곧 메시야를 의미하신 것으로 해석을 합니다. 세상 가운데 하나님의 아들로서 권위를 가지고 오셨으며, 고통당하셨으나 부활하사 영광에 이르기 될 메시야를 가리킨다는 해석입니다.

 

즉, 에스겔의 인자와 복음서에서 예수님이 말씀하신 인자는 발음은 같지만, 사실 가리키는 대상과 의미는 전혀 다르다는 것이지요. 지금에 와서 생각해보면, 한글 성경을 하나만 고집하지 말고 여러 번역을 함께 읽었더라면, 영어성경도 함께 읽었더라면, 그리고 더 나아가 성경을 공부하며 읽었더라면, "인자"에 대한 많은 오해를 피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결론은, 성경을 열심히, 잘 읽어야 한다는 것으로 급 훈훈한 마무리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