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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내가 본 지옥과 천국카테고리 없음 2011. 7. 28. 10:59반응형
“빈 수레가 요란하다”
한 권의 책을 읽고 그것에 대한 내 생각을 정리할 때 한번씩 스쳐지나가는 생각입니다. 특히나 내가 잘 접하지 않았던 분야의 책을 읽고 리뷰를 정리할 때, 지금의 내 생각들은 내가 빈 수레이기 때문에 이런 위험?한 생각들을 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곤 합니다.
신성종 목사의 “내가 본 지옥과 천국”의 책을 읽고 난 뒤에 떠오르는 여러 생각들 역시 내 지식의 부족으로 인한 착오가 아닐까 하는 걱정이 앞서기도 합니다. 처음에 책을 읽을 때는 저자의 표현대로 “나의 지식과 함께 기도 중에 내가 본 환상과 나의 상상력을 동원해서 이 글을 쓰기로 한 것”이기 때문에 단순한 소설로 생각하고 가볍게 읽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연옥-지옥-천국으로 이어지는 본문 속 주인공 “이의심(李疑心)”의 이야기는 단순히 아무런 배경이 없는 저자가 쓴 것이 아니라 어느 정도 수준의 신학을 포함한 학문적 배경을 바탕으로 전개되고 있다는 점에서, 아울러 깊지 않은 수준으로 정리하고는 있지만 기독교의 핵심질문-삼위일체, 타락, 구원, 지옥-등 중요한 질문에 대해 간결하면서도 명료하게 답하고 있다는 점에서 책의 진실성에 대해서 단순히 소설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수준의 정리가 오히려 일반 평신도들에게는 신학 교리에 대한 내용을 잘 전달할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말입니다.
그러나 책 속에서 그려지는 지옥과 천국의 모습은 조금 인간적이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습니다. 지옥의 각 층마다 동서남북 방위를 기준으로 각각의 죄목이 다른 죄인들이 분류되어 있다는 점이나, 성경구절을 바탕으로 전화번호가 이루어진다는 점, 천국의 12자리 서열의 배치가 순교자-전도자-...-마지막에 회심한 이로 이어지는 구성 등은 마치 그리스 신화에서 나타나는 것처럼 인문학적 배경을 바탕으로 신들의 세계를 인간들의 세계처럼 표현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습니다. 그러한 의심은 이 책이 “소설”이라는 전제 하에서는 당연히 수용가능한 것이기 때문에 큰 불편은 없었습니다.
그런데 저자는 글의 마지막 부분에서 “모든 결론은 독자들에게 맡기기로 하고 내가 본 것을 소설 형식으로 기록”한다며 본문의 내용이 단순히 소설이 아닌 저자 자신의 종교적 체험을 바탕으로 한 초자연적 세계에 대한 사실적 기술이라고 설명합니다. 여기서부터는 조금 혼란이 들더군요. 그래서 검색을 해보았더니 8일간의 천국과 지옥체험이라는 내용으로 저자의 간증내용( http://blog.naver.com/aspire7/119804400 )도 있었습니다. 정확히 비교하지는 못했지만 책 본문과의 전체적인 맥락은 동일하던 것 같더군요.
여기서부터 혼란은 가중되었습니다. 70을 넘긴, 그것도 신학교수와 목사로서 오랜 생활을 한 저자가 명확한 동기없이 자신의 경험을 소설처럼 풀어서 밝힐 이유는 쉽게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저자의 배경으로 인해 본 책의 내용이 허구보다는 진실처럼 다가옵니다. 그러나 본문 속에 묘사된 천국과 지옥의 모습은 너무 인간적이며 4방위를 바탕으로 한다는 점에서 동양적이라는 생각도 함께 듭니다. 간증집회에서는 자신의 본 내용이 다른 사람들이 보았던 천국과 지옥의 모습과 다르다는 이유로 “각 개인에게 비추어 주신 영적인 세계는 조금씩 다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하고는 있지만, 천국과 지옥이라는 하나의 세계가 개인의 관점에 따라 다르게 비춰질 때, 진실성은 훼손받기 쉬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저는 원래 천국과 지옥의 체험이라는 개인의 종교경험과 관련된 내용의 책을 거의 읽어본 적도 없고 그러한 개인의 종교적 체험에 대해 체험 자체는 존중하지만 그 내용의 진실성에 대해서는 조금 회의적인 입장이었기 때문에 본 책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데 참 조심스럽습니다...
신학적 교리에 대한 간결한 설명과 함께 사후세계에 대한 경각심을 통해 현재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책의 장점을 인정하지만, 동시에 본문의 진실성에 대한 확고한 판단을 내리기 어렵다는 점에서 자칫 천국과 지옥에 대한 잘못된 인상을 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동시에 드는 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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