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운이 감도는 서울대 점거 현장카테고리 없음 2011. 6. 17. 10:59반응형
지난 5월 30일, 서울대학교에서는 비상학생총회를 일부 학생들에 의해 대학본관이 점거되었습니다. 처음에는 학생들에 의한 본부 점거가 이번이 처음은 아니었기 때문에 그리 낯선 행사?는 아니었다고 생각했는데, 시간이 갈수록 이번 학생들의 점거가 제법 흥비롭게 전개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이번 서울대 법인화 관련 본부 점거를 바라보는 몇가지 관전 포인트는 다음과 같습니다.
1. 우리는 법인화를 반대하지 않습니다!?
우선 이번 서울대 대학본부 점거의 원인은 <서울대 법인화>문제입니다. 서울대 법인화에 대해 조금이라도 관심을 가지셨던 분은 이미 아시겠지만, 국립대학교의 법인화는 장단점을 모두 가지고 있는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법인화를 지지하고 추진하는 측의 주장도 일리가 있으며, 반대로 법인화를 반대하는 측의 주장 역시 설득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만약 학생들의 본부 점거가 단순히 <법인화 반대>였다면, 본부 점거 자체를 놓고 학생들이나 교수사회 내부에서 더 많은 반대의견이 표출되었을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이번 본부 점거를 주도한 학생들은 법인화 자체에 대한 반대를 노골적으로 드러내기 보다는 서울대 법인화설립준비위원회의 해체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습니다. 이로써 법인화의 찬성과 반대라는 찬반이 명확히 갈리는 문제를 빗겨나 4대강 공사와 같이 “파죽지세”로 전개되고 있는 법인화 설립 과정을 지연시키고, 학내외에 서울대 법인화의 문제를 논의의 장으로 가져오고 있습니다. 학생들의 의도가 결과적으로 법인화 반대로 이어진다는 것은 눈에 보이지만 적어도 표면적으로는 우회하여 문제를 접근했다는 점에서 학생들의 기지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2. 폭력이 아닌 축제의 장으로!!
학생들에 의한 대학본부의 점거는 어떠한 미사여구를 붙인다 하더라도 “불법”과 “폭력”이라는 단어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이번 학생들의 점거는 조금 다르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도 매우 흥미롭습니다.
5월 30일은 시기상으로 학생들에게는 매우 불리한 시기입니다. 5월말부터 6월초까지 사실상 기말고사 및 종강이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학점에 대해 민감한 학생들이 기말고사 기간을 앞두고 시위를 하게 되면, 내부에서 이탈자?들이 많이 발생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본부를 점거한 학생들은 본부에서 책상을 갖다 놓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언론에서는 서울대-시위-공부 라는 묘한 관계에 주목하며 이를 “비폭력시위” 혹은 “신개념시위”라고 기사화하기 시작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일부 교수님 중에서는 시위하는 학생들을 위해 직접 점거 현장에서 강의를 진행하는 일까지 나타났습니다...
이번 대자보의 양상도 제법 재미있습니다. 노골적인 투쟁을 호소하기 보다는 재치넘치는 문장과 그림들이 등장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진출처: http://gall.dcinside.com/list.php?id=anigallers&no=522296 )
평소 투쟁이나 시위에 관심없는 학생들에게까지 호소력을 지닐 수 있는 이러한 표현들의 결정체는 바로 UCC 동영상 – 총장실 프리덤입니다.
총장실 프리덤은 언론에 의해 뭍혀져 가던 서울대 법인화와 학생들의 본부 점거를 다시금 언론에 등장시키지 않을 수 없게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6월 17일 오후 5시, 학생들은 본부 앞 이른바 “총장잔디” 앞에서 본부스탁이라는 페스티발을 연다고 합니다. 보통 폭력으로 얼룩졌던 시위를 축제의 장으로 승화시켜나가는 학생들의 기지에 다시금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러나.
학교측에서도 더 이상 가만히 지켜볼 수는 없겠죠. 일단 6월 17일 아침, 대학본부에서는 본부 총장잔디로 “본부스탁”을 위해 들어올 수 있는 길을 통째로 막아버렸습니다.
본부 앞으로 들어오던 버스 정류장도 이렇게 자리를 옮겨야만 했죠.
행사의 시각은 다가오고, 과연 오늘 어떤 일이 벌어질지 참 궁금합니다. 어떤 식이 되었든 간에 폭력사태 혹은 다치는 사람이 안나오기를 바랄 뿐이네요...
다시 원래 이야기로 돌아와서, 이번 법인화에 대한 이슈가 어떤 식으로 결론날지는 아직 예측할 수 없습니다. 학생들의 요구대로 법인화 설립준비위원회가 해체된다거나 서울대 법인화가 취소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이지만, 학내에서 진행되는 사안에 대해 다른 목소리를 내고, 그 과정을 보다 해학적이고 축제적으로 이끌어가는 학생들의 모습은 기념비적인 사건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