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많았던 영화 밀양을 어제서야 보았다...
몇번이고 보려고 하였으나, 다소 지루한 듯한 첫 시작에 나는 망설였다.
누군가로부터 그런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2007년은 평양대부흥 100주년이라기보다는 하나님이 한국에게 준 시험이었다고... 대선이 그랬고, 영화 밀양이 그랬다고 한다...
도대체 하나의 영화가 머 그리 대단하겠냐며 보았다....
보면서,, 불쾌했다..
영화 밀양에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내'가 있었기 때문이다.
교회의 소그룹 리더를 하면서 아무렇지 않게 하나님에 대해서 이야기하던 내 모습이 그대로 투영되어 나왔다. 종교학을 하고 있기 때문에 낯익은 것을 낯설게 볼 줄 알게 되었다는 것은 나의 착각이었다. 나는 가장 낯익은 기독교인으로서 나자신에 대해 낯설게 볼 줄 몰랐다.
신애(전도연)에게 아무렇지 않고 하나님을 알아야 한다고 전하는 약사는 바로 나 자신이었다.
나도 그렇게... 그 사람의 배경, 환경, 삶에 대해서는 진지한 고민없이 '나의 삶, 나의 하나님'만을 이야기했었다....
내게는 당연한 것이 다른 누구에게는 날카로운 칼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나는 의식하지 못했다.
기독교인으로서 삶을 산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너무나도 사실적으로 나오는 기독교인의 삶과 한국 기독교의 모습에 나는 내내 불쾌했다. 저건 아니야...아니지... 하면서도 영화 속 기독교는 바로 내가 아는, 그리고 내가 이루어가는 기독교의 모습 그대로였다....
답답해졌다.
2008년 한국에 닥친 시련을 나는 그 누구보다도 한국 기독교에 대한 시험이라고 생각한다. 기독교인이 세운 대통령, 기독교의 이름으로 자행되는 모든 성과중심의 불의들이... 폭풍을 거치고 난 뒤, 하늘이 맑아지듯 그렇게 한국 기독교는 정화되거나 아니면 영영 망쳐질지도 모른다는 생각으로 바라보고 있다.
최근 감리교 감독회장을 두고 벌어진 싸움이나, 이곳저곳 조금만 눈과 귀를 향하면 들려오는 기독교의 부패소리와 악취가 더더욱 불편하게 만든다...
하지만, 가장 불쾌한 것은 그 소음과 악취, 불편한 사진들 속에 내가 있다는 것이다.
나는 작기 때문에 역사책에 이름 석자 넣지 못할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지금의 불쾌한 기독교를 이루어가는 한 사람의 기독교인으로서 내가 있다...
이게 가장 나를 힘들게 만든다...
두번째, 용서... 기독교의 가장 큰 키워드는 사랑이다. 죄를 지은 인간을 향한 신의 자기죽음으로서 증명되는 사랑... 놀라운 은혜....
하지만, 영화 밀양은 그 용서에 대해서 묻는다.
신의 용서만 받으면 그만인가? 라고....
나는 의식 혹은 무의식적으로 얼마나 많은 이들에게 상처를 주었던가. 그리고 나서, 하나님 앞에 눈물로 기도하고 나면 내 죄는 끝인가?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은 분명 용서하실거다. 그 분이 보내신 예수님이 용서의 증거니까...
나는 지나친 죄의식도 옳지않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 죄가 용서받았다는 이유로 자신의 과거를 잃어버린다면,, 그것만큼 큰 교만이 없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그걸로 인해 누군가가 또 상처받는다면.....
무서워졌다. 나도 모르는 눈짓, 몸짓, 마음의 가시가 누구를 상처입히지는 않았을까? 나는 행여냐 용서를 빌거나 혹은 회개조차 하지 않고 있지 않을까......
죄의 회개와 용서가 변화된 삶으로서 자각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겸손이 아닐까.
벌레만도 못한 나 자신에 대한 인식이 계속적으로 있을때, 비로서 나는 한 사람 한사람을 존중하고 내가 벌여놓은 과거에 대해 회개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세번째, 유혹.....
유혹. 이건 큰 시험이다. 영화 밀양에서는 유혹의 모습을 잘 보여준다. 유혹은 첨부터 나는 유혹이라고 다가오지 않는다. 설령 나는 유혹이라고 말하더라도 그 안에는 친절을 요구하는 작은 틈이 있다. 그 틈을 통해서 사람들은 무너진다.
약국 아저씨..장로는 그 유혹의 틈에서 살아남았을까? 정사가 있지는 않았더라도, 그건 이미 유혹에 넘어진 자의 모습이다. 음란한 행위가 아니라 음란한 생각을 하는 순간이 이미 간음이라고....
인간의 삶 속에서 유혹에서 자유로운 사람이 누가 있을까? 설령 아무도 없는 무인도 속에서 혼자 살아간다 하더라도 유혹은 유혹으로서 다가올 것만 같다....
유혹은 아주 작은 틈으로 몰려온다. 나는 그것을 이겨낼 수 있을까?
작은 틈조차 허용하지 않을 정도로 끊임없이 나를 돌아보고 나를 가다듬지 않으면 유혹을 이길 수 없을 것이다....
영화 밀양은 이런 고민들을 내게 던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