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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영화 명량과 박근혜의 오판
    Review with 안목/Movie 2014. 12. 19.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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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드디어 영화 명량을 보았다. 




    이순신 장군의 여러 수전중에 명량대첩을 택한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임진왜란의 3대대첩 중 하나라고 불리는 대승의 한산도대첩보다는, 열악한 상황 속에서 승리로 이어진 명량대첩이 더욱 극적이고 많은 감동을 주었다.


    영화는 배우들의 연기, 감독의 연출, 음악,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웠다. 


    최민식의 연기는 불운한 영웅 이순신을 절제되면서도 비장한 모습으로 잘 표현해 주었고,


    감독과 스태프들은 임진왜란 당시의 해전의 모습을 잘 고증하여 상상 속 해전이 아니라 처절하면서도 위태로운 해전의 모습을 잘 그려냈다.


    (이 글을 쓰고 난 뒤, 자료를 첨부하기 위해 "조선전역해전도"를 찾아 보았다. 육탄전/백병전이 난무하는 위태로운 해전의 모습을 보여주는 자료라고 생각했기 때문인데, 조선전역해전도에 대한 여러가지 이슈를 알게 되었고, 영화 명량이 생각만큼 역사적 고증이 철저했던 것은 아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명량해전의 전쟁과정에 대한 명확한 기술이 없는 상황에서 감독이 그려낸 "위태로운" 조선해군의 분투는 충분히 가치를 인정받을만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초반의 CG는 살짝 거슬리는 장면이 없지 않았지만, 전반적으로 잘 표현되었고 음악 역시 긴장감을 고조시키는데 한 몫 단단히 했다.


    이미 12척의 배로 100여척이 넘는 왜적선을 수장시킨 역사적 사실이 분명한, 한편으로는 결과가 뻔한 내용의 스토리를 이토록 극적으로 그려낼 수 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라고 본다.



    영화는 만족스러웠는데, 영화를 보면서 나는 정치인 박근혜가 생각이 났다.




    지난 8월 7일, 박근혜는 영화 명량을 관람하면서 "세월호 침몰사고 이후 침체의 늪에 빠진 한국 사회를 다시 일으키는 리더십을 보이겠다"는 굳은 다짐을 말한 것이 언론에서 회자된 탓일려나...


    영화 명량을 보면서 도대체 박근혜는 무슨 생각을 하고 이 영화를 보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박근혜는 영웅 이순신이 되고 싶었을 것 같다.


    이순신의 진의를 파악하지 못한채 이순신을 반대하고, 심지어 칼마저 드는... 그리고 전쟁의 위급한 순간에 자신을 따르지 않는 부하들. 

    그러한 역경에도 이순신 장군은 우직한 의지와 뜻으로 결국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박근혜는 이런 이순신이 부러웠을 뿐 아니라 자신을 이순신에게 투영하며 자신이야말로 한국사회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장본인이라고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세월호 침몰을 끔직한 사고로 만든 무능한 리더십, 

    잦은 말실수와 실소마저 자아내는 자신의 행동을 질타하는 언론들(사실 박근혜를 질타하는 언론은 많지 않다. 유감스럽게도..)

    세월호 사고를 운운하며 리더십을 강조하는 것도 바로 (반대를 무릅쓰고 전쟁을 승리로 이끈) 이순신과 같은 이미지를 선전하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박근혜는 자신의 위치가 이순신과 같은 일개 장군이 아니라, (그토록 본인이 바랬던) 국가 최고의 지도자 대통령이라는 사실을 잠시 망각했던 것 같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임진왜란 당시 국가최고 지도자의 잘못들은 전혀 보지 못했던 것 같다.


    영화 명량은 이순신이 모함을 받아 고문당하는 장면에서부터 시작한다.

    고문당하는 장면이 과연 필요했을까? 

    나는 감독이 이 장면을 집어넣은 데에는 특별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

    한산도대첩을 포함하여 그토록 여러 해전에서 대승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판단을 하지 못한 임금, 선조의 불찰로 인해 이순신이라는 명장이 고문을 당하는 모습... 

    바로 한국사회에 대한 풍자는 아니었을까?

    일제의 억압과 전쟁 등 어려운 상황 속에서 잘 버티며 이제는 민주주의마저 정착될려는 시점에서, 잘못된 지도자로 인해 흡사 망국의 파도에 휩쓸리는 것은 아닐까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나만의 착각일까....?


    영화 명량에서 최고지도자를 향한 비판은 계속 된다.

    이순신과 이들 이회의 조촐한 밥상위에서 둘의 대화가 영화 전반부의 클라이막스라고 본다.


    아들은 아버지에게 묻는다. 

    차라리 모든 것을 버리고 고향으로 돌아가자고...

    아버지를 버리고 고문한 나쁜 왕을 왜 섬기느냐고... 

    "충"과 "의리"에 대한 회의...


    지극히 당연한 말을 하는 아들에게 아버지 이순신은 대답한다.

    충과 의리의 대상은 왕이 아니라 백성에게 있다고,

    백성이 있어야만 왕도 존재할 수 있는 것이라고....


    이순신의 리더십은 나쁜 왕을 향하지 않고 전쟁으로 고통받는 민초를 향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와 반대로 박근혜의 리더십은 바로 자신이 존재해야지만 나라가 있다는 오판에서 출발한다.

    대선토론 당시, 자신이 대통령이 되면 다 해결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사실 겉만 번지르한 공약에 속은 이들이 더 멍청한 것이긴 하지만)

    결국 대통령이 된 이후의 행보는 국민을 생각하기 보다는 대통령이 된 자신을 챙기는데 급급해 보이는 모습들을 많이 보여왔기 때문이다.

    유체이탈 화법은 물론, 국민들의 안위보다는 화려한 외교장에서 주목받는 정치인에 대한 동경으로 가득찬 여성정치인.... 


    국가 최고지도자로서 영화 명량을 제대로 보았다면,

    이순신이 아니라, 이순신을 그토록 어려운 환경에 처하게 만든, 당시대의 최고지도자에 대한 철저한 성찰은 당연한 것인데, 

    대한민국의 대통령은 자신을 돌아보기보다는 최고지도자가 망친 한 장수만을 바라보며, 자신에게도 이순신과 같은 리더십이 있다고 (혹은 닮고 싶다고) 어필하고자 하는 것을 보니 안타깝기만 하다.


    국민이 따를만한 지도자가 먼저 되어야 하는데, 

    국민이 먼저 자신을 따르기 바라는 지도자의 모습은 이순신과는 거리가 멀기만 하다. 


    만약, 언론에서 박근혜의 영화 명량 관람과 리더십을 강조하지 않았다라면,

    영화 명량은 보다 즐겁고 재미나게 보았을텐데,

    아쉽게도 나는 그 언론기사들을 먼저 접하고 이 영화를 보아서 

    멋진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씁쓸함이 더 남는다..... 


    PS. 박근혜는 영화 명량을 비서실장, 수석비서관 등 정치인들과 영화배우 안성기와 같이 보았다고 한다. 왜...? 왜 하필 안성기인가...? 상식적으로 생각해서 영화 명량의 주인공이었던 최민식이나 영화 감독이 더 돋보이게 만들었을텐데 그렇지 못했던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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