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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도-민란의 시대: 나는 실험을 위한 모르모트였다?!Review with 안목/Movie 2014. 9. 8. 09:40반응형
2014년 여름, 내게는 세편의 기대 영화가 있었는데, 명랑, 군도, 해적이었다.
최민식의 카리스마 연기를 좋아하지만, 그래도 하정우가 나오는, 거기다가 범죄와의 전쟁에서 보인 윤충빈 감독의 연출을 기대하며 내심 군도가 최고의 영화가 될 것이라 기대했었다.
그런데, 막상 뚜껑이 열리자, 명랑이 최고의 흥행을 거두었고, 군도는 별로라는 반응이 많았다.
영화를 보기 전에는 그런 반응을 이해할 수가 없었는데,
영화를 보고 나니, 왜 군도가 평이 나쁠 수 밖에 없는지 이해가 갔다.
내가 보기에 영화 군도는 상업영화가 아니라 실험영화였던 게 아닐까 싶다.
감독은 영화에서 나레이션, 다수의 주인공, 다양한 장르의 혼합을 2시간이 조금 넘는 영화 속에 넣고, 그 실험의 결과 및 관객의 반응을 보고자 했던 것이 아닐까 싶다.
(지금부터는 스포가 난무합니다.)
먼저, 영화의 초반을 지배하는 것은 누구의 음성인지 분명하지 않은 긴 나레이션...
영화가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많다보니, 배경설명을 압축하기 위해서 나레이션은 불가피한 선택이었는지도 모른다.
그런데...
그 나레이션이 참 거슬린다.
특히나 특정 역사적 시대상황을 배경으로 하다 보니, 나레이션의 말이 사실인지 허구인지 애매한데, 사실이라고 생각하면 내가 지금 역사 다큐멘터리를 보는게 아닌가 싶고, 허구라고 한다면 도대체 이 영화에서 왜 이리 구구절절한 설명이 필요할까 싶다.
특히나, 나레이션은 영화를 보는 관객의 입장을 애매하게 만든다.
보통 영화는 3인칭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관객이 관찰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만약 영화가 나레이션이 강하다면, 보통 나레이션은 극중 중요한 인물의 시점에서 전개되어 어느새 관객은 극중 인물과 동화되어 영화에 빠져든다.
그런데, 영화 군도에서는 나레이션이 너무 애매하게 논다.
영화를 이끌어나가기 위한, 관객의 이해를 돕기 위한 배려라는 것은 알겠는데,
내가 지금 영화 관객인지, 다큐멘터리 관객인지 나를 혼란에 빠트린다.
그리고, 도대체 나레이션이 누구 목소리냐고... 영화보는 내내 나는 이 질문이 떠나지 않았다...
두번때 문제는, 사공이 너무 많다.
영화에서 주인공이 한명일 필요는 없다. 영화 오션스 시리즈나 도둑들을 봐도 여러명의 주인공이 등장한다 해서 영화가 실패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주요 인물이 없다면 영화는 도대체 어디로가는지 알 수가 없다.
영화 극초반에는 산적두목인 대호의 역할이 두드러진다.
대호가 죽기까지 많은 대사가 반복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산적떼의 중심은 계속 대호이다.
대호는 도치를 무리에 받아들이는 마치 세례식과 같은 의례과정에서 멋진 연설을 하며 강한 카리스마의 인상을 남긴다.
하지만, 그는 주인공이 아니다. (내멋대로 영화의 법칙1: 죽으면 주인공이 아니다.)
도치는 확실히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믿었다. 특히나 배우가 하정우다.
하지만, 순진하다 못해 멍청스럽기까지 한 도치가 영화의 주요 인물로 성장하는 과정이 너무 흐릿하다.
그렇기에 그가 보여주는 중후반 이후의 액션과 역할에서도 여전히 두드러지지 못한다.
하지만, 그는 최후까지 살아남는다. (내멋대로 영화의 법칙2: 어중간하더라도 끝까지 살아남으면 주인공이다.)
조윤은 영화의 투탑 중 한명이라고 생각했지만, 단순히 도치의 역할을 돋보이기 위한 순수한 악역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영화 초반, 특히나 후반에서는 조윤의 내면 갈등이 두드러지고, 심지어 악을 벗어나 선한? 모습까지 보이면서 조윤이 이 영화의 진짜 주인공이 아닐까 하는 착각마저 가져온다.
게다가 잘생긴 강동원이고, 액션연기도 절제되고 세련된, 한마디로 멋진 모습만 보인다. (Again, 죽으면 주인공이 아니다. 그런데, 강동원은 죽는다.)
이 외에도 땡초 이경영의 모습이나, 한낱 엑스트라에 불과할 장씨 김성균의 역할이 눈에 들어오면서 영화는 더 혼란에 빠져든다. 아니 정확히는 관객을 혼란 속으로 이끌어간다.
예를 들어 김성균의 강렬한 인상은, 그로 하여금 무언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하지 않을까 기대하게 만든다... 그러나, 기대는 오래가지 않는다. 아니 정확히는 영화가 곧 끝난다.
아무리 생각해도 사공이 너무 많다.
세번째 문제는 화면 연출과 음악 등... 감독의 실험정신이다.
정통사극일 필요는 없다. 하지만, 조선시대라는 역사적 배경을 두고서, 게다가 친절히 역사적 배경을 나레이션으로 설명하는 영화에서 너무 헐리우드식 목장의 결투와 같은 느낌을 준다거나 아니면 느와르 영화에서와 같은 액션이 난무한다. 특히나 영화 후반에는 기관총?까지 등장해 적들을 초토화시킨다.
중간중간 코믹 요소도 좋다. 하지만, 그러한 다양한 모습들이 하나로 어울려지기 보다는 너무 중구난방이어서 특히나 영화는 메인캐릭터의 난립으로 인해 혼란으로 가는 상황에서 더 난잡스럽기만 하다.
동양의 김치와 서양의 기름진 소세지와 콩, 치즈가 어울린 맛있는 부대찌게가 되어야 하는데, 각각의 맛이 너무 강한채 혼합되지 못해 꿀꿀이죽?이 아닌가 싶을 정도이다...
영화는 캐릭터의 하나하나, 장면 연출 하나하나 좋다. 그러나 하나의 구슬로 꿰어지지 못하니까 훌륭한 연기, 연출, 모든 것이 다 혼란스럽게 만드는게 아닌가 샆다.
하나의 작품에서 감독으로서 시도해고픈 것은 다 해봤던 것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아마도 감독은 이런 다양한 맛들을 관객들이 어떻게 받아들일지 시험해보고싶었던 것은 아닐까?
만약 그렇다면, 나는 감독의 영화실험을 위한 모르모트였던 것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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