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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말레피센트: 디즈니의 동성애 코드??Review with 안목/Movie 2014. 8. 22. 02:57반응형
안젤리나 졸리가 출연하여 기대를 모았던 영화, 말레피센트 Maleficent.
영화 예고편에서 보이는 것처럼 안젤리나 졸리의 카리스마와 매력이 기대되는 영화입니다. 물론,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심술을 부리는 마녀의 역할이기 때문에 어떻게 영화에서 표현해낼까, 그리고 선한 캐릭터가 아니라 악한 캐릭터를 주연이자 영화 제목으로 내세우는 영화, 그것도 어린이들에게 꿈과 환상을 줄 것만 같은 디즈니 영화에서 어떻게 표현될까 참 기대와 호기심이 많았었는데요....
영화를 보고 난 소감은,,,
재미있지만, 한편으로는 걱정이 되네요
(지금부터는 스포입니다.)
1. 창의적인 각색의 대성공
정말 각색을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악역인 마녀의 생김새는 오른쪽과 같습니다.
외형적으로는 거의 완벽하게 외모를 재현해 냈다고 봅니다.
그러나, 영화의 주인공이기 때문일까요?
마녀의 캐릭터는 기존에 알려진 것과 매우 다릅니다.
영화속 그녀는 절대악이 아니라 순수하고 선한 존재였지만,
악한 인간에게 의해 배신당하고 상처입은,,,
그래서 잠시 악한 역을 맡는 모습입니다. 물론 나중에는 선한 역할로 돌아오기도 하지요....
두려움을 주는 외모와는 달리 속안에는 "순수"함이 있다는 것이 영화 전반을 통해 반복됩니다.
또한, 일반적으로 알려진 내용과 달리,
그녀는 잠에 빠진 오로라 공주를 구하기 위해 몸소 가시덤불을 헤치고 들어가기도 하고,
최후의 보스라고 할 수 있는 드래곤이 사실은 악한 인간들로부터 여주인공을 구하기 위해서 등장하는 장면 등등....
참신한 각색으로 인해,
이미 다 아는 내용임에도 전혀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었습니다.
당연히 안젤리나 졸리의 카리스마 넘치는 연기도 일품이었구요....
But...
2. 누구를 위한 영화인가?
영화 말레피센트는 바로 디즈니 영화입니다.
저만 그런 편견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왠지 디즈니 영화라고 하면 온 가족이 다 즐겨볼 수 있거나,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춘 영화일 것이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하지만, 영화 말레피센트도 과연 아이들 혹은 가족들을 위한 영화일까요?
공포 영화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아주 잔인하고 공포스러운 장면은 없습니다.
하지만, 디즈니 영화, 아이들도 볼 수 있을 영화라는 기준으로 보면, 영화는 무섭거나 깜짝 놀라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과연 이런 영화를 아이들이랑 같이 볼 수 있을까 걱정이 됩니다.
국내에서는 12세관람가로 상영이 되었지만, 글쎄요... 저는 솔직히 10대에게도 충분히 자극적인 영화라고 봅니다..
3. 진짜 사랑은 어디에??
영화 겨울왕국 Frozen을 보신 분이라면,
(Frozen의 스포가 있습니다. 겨울왕국을 안보신 분은 패스해주세요.)
바로 이 장면에서 당황스러우셨던 분이 많으시리라 생각합니다.
진짜 사랑, 얼어붙은 마음을 녹일 수 있는 진짜 사랑이....
여주인공과 남주인공 사이에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가족 혹은 동성 사이에서 나타날 수 있다는 함축적 메세지 때문입니다.
그냥 가족애가 진짜 사랑의 하나라고 단정짓기에는 영화 겨울왕국은
Let it go 가사가 지니는 메타포(바로 동성애의 커밍아웃이라고도 하여 해외에서는 Gay Agenda로 많이 이슈가 되었지요..)를 비롯하여 꽤나 많은 쟁점들이 동성애적 이슈를 다루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동성애 코드가 영화 말레피센트에서도 반복됩니다.
영화에서는 여주인공이 남주인공을 미리 만남으로써, 그들 사이에 진짜 사랑이 있을 수도 있다는 점을 암시합니다.
그리고 잠자는 숲속의 미녀에서 클라이막스인 바로 이 장면!!!
True Love Kiss in Sleeping Beauty
이 러블리한 장면이 영화에서도 재현되리라는 기대감을 갖게 만들죠..
하지만, 주문을 깨뜨릴 진짜 사랑은 아니었습니다.
왕자의 키스가 공주를 깨우지 못하는 이 순간부터 저는 겨울왕국이 떠올랐습니다. 설마.. 설마...
설마 설마 하다가 이 순간에 어안이 벙벙해지더군요....
진짜 사랑은 남여주인공이 아니라 자신을 저주에 건 악하지만 순수한 존재인 말레피센트와 공주 오로라 사이에서 있다는 것을 넘어서 동성과 동성 사이의 진짜 사랑이 가능하다는 듯한 메세지로 보였기 때문입니다. (물론 당연히 동성 사이에서도 진짜 사랑이 가능하겠지만,,, 그래도.. 내가 알던 거랑 많이 다른데??!!!)
영화에서는 말레피센트의 진짜 사랑 true love 키스를 그리 강조하지 않습니다. 보통이라면 바로 가장 클라이막스의 순간에 어울리는 음향과 장면이 연출되어야 하는데 자연스럽게 흘러갑니다.
하지만, 진짜 사랑을 남성과 여성의 사이에서는 부정되지만, 여성과 여성 사이에서 가능할 수 도 있다는 점에서 굉장히 강한 메세지를 준다고 봅니다. 특히나 영화 초반에 이미 남성과 여성 사이의 진짜 사랑이 담긴 키스를 부정하기 때문에 더욱 더 그렇습니다.
동성애에 대해서는 사회적, 종교적으로 다양한 시각이 있습니다.
어느 입장이 맞는지 틀리는지를 떠나서,
디즈니 영화에서 연달아 이런 같은 식의 메타포가 반복되는 것은 조금 불편하네요.
그렇다고 하여 기존의 디즈니 영화의 공식, 즉 남자와 여자, 아니 보다 정확히는 (가진것은 많지 않지만) 경국지색의 미모를 가진 미녀와 돈많고 사회적 지위 많은, 보통 왕자로 통칭되는 남자주인공과의 만남이 좋다고도 생각하지는 않았습다만,,,,,
그래도 이건 아니지 않나 라는 생각이 듭니다.
(글을 읽는 분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ps. 약 100분동안 참신한 각색과 화려한 CG, 매력적인 여주인공의 연기로 인해 눈과 귀가 즐거웠지만, 보고 나니 무언가 찜찜한 그런 여운을 주는 영화, 말레피센트입니다.
PS2. 영화 말레피센트에서 동성애 코드가 있지 않느냐는 내용이 꽤나 부담스러우신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디즈니가 오랫동안 동성애를 옹호하는 입장을 작품 속에 반영시켜왔다는 것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닙니다.
다음의 기사를 읽어보시면 디즈니가 어떻게 영화 속에서 동성애에 대한 긍정적인 시각을 반영시켜왔는지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It's not just Frozen: Most Disney movies are Pro-Gay.
본문의 일부를 의역하면, "영화의 내용과 회사의 운영방침을 통해서 디즈니는 수십년동안 세상이 좀 더 (다름을) 받아들일 수 있는 장소로 만들기 위해, 이른바 게이아젠다(gay agenda)를 제공해 왔다."
개인적으로 디즈니의 이런 경향에 대해 그동안 알지 못했었고, 영화 <겨울왕국>을 통해 어렴풋하게 영화속 상징과 메세지가 동성애를 옹호하는 것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되었습니다만, 그다지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누가 머래도 프로즌은 온가족이 즐길 수 있는 가족영화였고, 영화속 메세지를 동성애로만 몰고가는 것은 (충분한 개연성이 있다하더라도) 오바라고 생각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겨울왕국>이후, 디즈니가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고 생각하는 작품인 <말레피센트>에서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너무 유사한 상징이 반복되다 보니, 말레피센트 역시 동성애 코드를 이어가는 영화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된 것입니다.
저와 달리, <말레피센트>는 그런 영화가 아니라고 생각하셔도 됩니다.
영화는 영화 제작자의 의도도 중요하지만, 영화를 완성시키는 것은 영화를 보고 반응하는 다양한 관객의 생각이니까요.
다만, 자신과 영화를 다르게 보았다고 해서, 그리고 그 생각이 자신이 느꼈던 감동을 뒤엎는 것 같다고 하여,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비난하고 욕하는 것은 문제가 있지 않을까요? 댓글을 남기거나 스스로 지웠던 분들까지 포함하면 꽤 많은 분들이 말레피센트의 동성애 코드가 있다는 시각에 대해 불편하다 못해 흥분하셨던 것 같습니다...
얼굴이 보이지 않는 사이버공간이지만, 너그럽게 자신과 다른 상대방의 이야기를 존중하고, 나의 생각을 전달한다면, 그렇게 서로의 의견에 경청한다면, 다르다 하더라도 조금은 더 관용과 이해가 넘치는 공간이 될 수 있으리라 희망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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